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황선미 작가의 아동동화이다.
양계장 안에 갇혀 살며 알만 낳던 암탉은 마당으로 나가 자유롭게 살면서 알을 품어보기를 꿈꾼다. 하지만 좁은 창살에 갖쳐 어찌할 수 없다. 암탉은 햇살이 비치는 마당에 나가기를 소원하여 며칠을 굶어 죽은 흉내를 내다가 드디어 뒷산 웅덩이에 버려져 마당을 나오는데 성공하여 버려진 오리알을 품어 성장시키는 모성애 이야기이다.
원불교는 창립한지 1세기가 되었다. 일백년을 성찰하는 평가가 다양하게 나오겠지만 장점은 더욱 살려 키워나가고 단점은 보완해 가야 한다. 교당현장에서 느끼는 부족한 부분은 이런 것이다. 현장교무님들의 사회참여활동이 없다. 작금의 농촌 읍면군단위 지역사회에서 교역자들의 수준은 동년배 시민들보다 월등히 높음에도 지역사회 인맥형성에 등한한 점이 많다. 사회참여활동이 힘든점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순환제 인사이동이 가장 걸림돌이다. 능력이 많던 적던 한자리에 오래 있어야 조화를 부리는데 자주 옮기는 것이 오히려 지역사회를 배우고 익히는데 독(毒)이 되었다.
부족한 부분의 두 번째는 교역자들의 사회성 발달이 더디다는 것이다. 원불교의 역동성에는 음체질 보다는 양체질이 제격인데 학부과정과 부교무 보좌교무기간에 서원관 기숙사와 교당안에서만 활동하여 사회 사람들과 대면하거나 사업을 해 나가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정작 단독 주임교무로 발령받는 40대 후반에는 열정이 식고 자신감이 사라져 안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채워가야 할 부분의 세 번째는 자신감의 회복이다. 원불교 교역자만큼 도덕적이고 인격적인 성직자가 드물다. 개신교 목사님들처럼 똑똑하지는 못하지만 맡은바 직분에 충실하고 모두를 위하는 공심이 탁월하다. 이웃종교인들을 대접할 줄 알고 낮은자리에서 처신할 줄 안다. 위에 열거한 부족한 점을 채워 아래 나열한 조항을 실천해 나간다면 군소도시에 위치한 농촌교당의 활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1. 작던 크던 사회참여활동을 하자. 대종사님은 26세 젊은 나이에 대각을 하셨다. 제일 먼저하신 일이 제자를 모으는 일이었다. 동네에서 매일 보는 혈연 지연의 표준제자 9분을 모았다. 그들과 함께 바닷가를 막아 논을 만들고 창생을 살리는 기도를 올렸다. 우리도 원불교를 알리는 곳이면 지역민이 되어 참석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 만나보면 나와 주파수가 유사한 인연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을 규합하여 관리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정보를 제공하여 모임을 만들고 지역의 현안을 해결해 가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2. 예비교역자, 부직자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서 사회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 주고 활동 참여를 권장하여 모임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길러 주자. 외학, 외부인 접견금지는 대종사님 당대 때의 이야기이다. 인터넷 시대에 막는다고 막히지 않는다. 부교무, 보좌교무기간에도 일을 맡겨 작은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 주어야 큰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교무로서 대접받는 것에만 익숙하여 외부인들과의 만남에서 관계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설이는 수도 있다. ‘교무님’이 아니고 ‘아무개씨’라고 호칭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런 경험이 많아야 지역사회에서 원불교의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도 필요한 종교,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가 성립된다.
3. 자신감을 찾아가기 위해 타력의 힘을 빌려야 한다. 개인 또는 개교당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포괄하기는 힘에 부친다. 우리들 스스로 원불교 교법은 위대하다고 뽐내지만 그 법을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기술이 부족함을 알기에 같이 해야 한다. 옆 교당과 함께 하는 지구중심, 출가교화단 중심의 교화 교육 복지사업을 해 가야 한다. 교당과 부설기관을 아우르고 의식교화도 함께 해야 한다. 교당의 울을 넓혀 이웃종교 신자에게도 도움을 청하여 지역사회 공익사업을 권장하자. 동네에 꼭 필요한 일을 찾아 해결해 나가면 주위에서 인정을 해주고 좋은 일을 한다는 칭찬을 해준다. 자기를 알아주는 격려와 지지속에 자신감이 길러지고 정서적으로 원만한 인격자가 된다. 양계장의 암탉이 마당을 가로질러 늪지대로 나오듯이 교당의 담을 넘어 지역사회로 도약하는 진취적인 교무상을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