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산 종법사는 부채를 하나 꺼내 이태백의 시 ‘소이부답 심자한(笑而不答, 心自閑·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아도 마음은 한가롭네)’을 썼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상은 옳은 대로만 가지 않는다. 그른 대로만 가지도 않는다. 이치대로 간다.”
원불교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을 맞아 14일 전북 익산 총부에서 원불교의 수장인 경산 장응철(74) 종법사를 만났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1916년 4월 28일 깨달음을 얻은 날이다.
경산 종법사는 자신의 출가 일화를 꺼냈다. “스물한 살 때 이곳을 찾았다. 당시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신익희 선생도, 조병옥 선생도 돌아가셨다. 젊은 나이에 신은 있는가, 정의는 있는가 고민했다. 그때 여기에는 선방이 있었다. 원불교 교도가 아니어도 자유 선객으로 올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대산(1914~98) 종법사를 처음 만났다. “세상 일은 모두 자신이 지어서 받는 것”이란 한 마디에 많은 의문이 풀렸다. 그는 꾸벅 절을 했다. 그리고 물었다. “제가 출가해도 좋겠습니까? 저는 도인이 되기보다 글도 쓰고 하면서 아웃사이더로 살고 싶습니다.” 그러자 대산 종법사는 “이왕 출가하면 중심에 서야지. 誠(정성), 敬(공경), 信(믿음). 세 글자대로 살면 성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날로 그는 원불교로 출가했다.
경산 종법사는 “세상은 자기가 지은 대로 간다. 이치대로 간다. 그래서 이치를 볼 줄 알아야 바르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끝에 한쪽 주먹을 번쩍 올렸다. 폈다가 다시 쥐었다. “이게 사계절이다. 봄에는 조금 펴지고, 여름에는 활짝 펴진다. 가을에는 조금 오므리고, 겨울에는 완전히 감춘다. 이게 음양이 돌고도는 원리다. 마음도 똑같다.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이나 싫어하는 마음도 생겼다가, 펴지고, 오므리고, 사라진다.” 그런 이치를 알 때 우리는 마음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고통도 있다”고 물었더니 “그건 농도의 차이”라고 답했다. 우리가 쓰는 마음마다 농도가 다르다고 했다. “마음을 먹을 때 농도 깊게 먹은 것은 그 집착이 오래간다. 따라서 고통도 길어진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하는 거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모르면 원한만 깊어진다. 반면 마음공부를 하면 미워하는 이유가 보이니까 녹여낼 수가 있다. 그래서 내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경산 종법사는 ‘마음병 환자’가 공부를 통해 치유되면 ‘마음병 의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치유의 과정에서 마음의 이치를 절로 알게 되니 가능한 일이다.
원불교는 내년에 개교 100년을 맞는다. 소태산 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경산 종법사는 “지난 1세기를 끝내고 다음 2세기로 들어가고 있다. 지금껏 운영해 왔던 교헌과 제도를 미래 세기에 맞게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단의 중심도 전북 익산에서 서울과 경인 지역으로 점진적으로 옮겨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 쪽은 활동, 익산 쪽은 교육으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익산=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