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아시아의 춘향을 꿈꾸며

고세천 2015. 9. 22. 11:53
아시아 춘향(春香)을 꿈꾸며
                                      

남원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고세천 교무

남도의 봄은 소리없이 오고있습니다. 교당 옆 홍매화와 산수유나무 꽃이 활짝 피고 개나리 꽃망울도 하루가 다르게 봉긋해 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10개국 90명이 등록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는 인원이 많아진 만큼 할 일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며칠전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선 베트남 새댁이 가출을 했습니다. 때문에 학교에선 비상이 걸렸지요.. 작년에 처음 이런일이 있고나서 대책을 마련하고 방지를 한다고 했는데 공부도 잘하고 표정도 밝았던 학생이 또 집을 나갔으니 담임선생님 이하 직원들은 일주일 내내 기분이 영 아니었습니다. 21살 아직 한글도 띄지 못한 철부지가 돈을 벌만한 곳이 없는데... 조금만 더 참고 공부하며 적응교육을 받으면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날 밤 저도 펑펑 울었습니다.

필리핀 여성 메쉘의 어머니가 3월 12일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23세 한국며느리 메셀은 어머니 갑상선 수술비를 마련하기위해 이혼경력이 있는 한국남자에게 결혼해 3년째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인 남편과 어린딸을 부양하는 형편에서 필리핀 어머니 수술비를 보내기는 하늘에 별 따는 것처럼 어렵기만 합니다. 보다못한 J-TV 전주방송 김택곤 사장님이 메셀 어머니를 초청하여 수술을 해 주기로 한 것입니다. 요즘 메셀은 신이 났습니다. 시집온후 한번도 보지 못한 어머니를 만났으니 생각만 해도 즐겁겠지요. 그렇지만 다른 필리핀 새댁들은 울상입니다. 저를 쳐다보는 눈길이 곱지 않습니다. 메셀만 편애한다는 뜻이지요..

한국 5년차 태국 출신 여성 부응아는 아기가 들어서지 않아 고민이 많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기를 데리고 한국어학교에 오는데... 부응아는 시어머니 보기가 죄송하다고 합니다. 남편에게는 더 말할 것 없고요.. 어디 아기 잘 들어서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캄보디아에서 한국온지 한달이 되어가는 19살 라스데이는 남원생활이 적응 되는 모양입니다. 한달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지구대에서 라스데이를 만났습니다.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캄보디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는데 어느날 학교에 등록을 했습니다. 굉장히 반가웠지요.

이름을 밝히기는 어려운 000는 장애인인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고 상담을 해 옵니다. 한국생활 10년이 넘은 000는 어느 정도 생활에 자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벌어서 아이들과 생활할 방법을 터득한 것이지요... 그런 상담을 해 올땐 참 난감합니다. 이혼을 하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참고 살아가라고 하기도 그렇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센터에서 적응교육을 받고 있는 국제결혼이민자 이주여성들의 공통된 바램이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다니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센터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일자리 교육및 창출을 하려고 하고 있지만 내국인들도 일이 없어 힘들어 하는 판에 한국어도 부족한 이주여성들이 파고 들 자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직 남원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활동은 열심히 하는데 그 정성이 하늘에 닿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원불교 여성회 한지성회장님과 인연이 닿은것은 제가 러브콜을 하였지요.. 원불교 산하 단체중에 건실하고 믿음직한 단체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지타원 한지성 회장님이 선장님이신 사단법인 한울안운동 함대가 거친 바다를 뚫고 피안이라는 목적지로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 고 있으니까요.. 아직 교단에서 후원을 받고 있거나 함께 연대하며 머리를 맞댈 단체를 만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원고청탁까지 해 주는 것을 볼 때 제 눈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회장님이 이끌고 있는 원불교 여성회와 사단법인 한울안운동과 연계하여 작년에 남원교당에 원불교 여성회를 출범시키고 사단법인 한운안운동 남원지회를 개설하는 물밑 작업을 하면서 올해 사업을 구상해 봤을때 제일 시급한 것이 사업비 마련이었습니다. 그러던중 한지성 회장님이 국립국어원의 좋은 프로포절이 있음을 알려주셨고 응모하여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국립국어원은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어를 보급하고 해외에 선양하는 일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올해 사업으로 결혼이민자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는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충절(정유재란 만인의총)과 정절(춘향전)과 우애(흥부전)의 고장 남원땅에 시집온 아시아 10개국 이주여성들! 저는 이들이 아시아의 춘향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춘향이 남원을 세계에 알리듯이 물설고 낮설은 이국땅 남원에 정착하여 살고있는 214명의 결혼이민자이주여성들이 성춘향의 올곳은 정신을 배워 아시아의 춘향으로 자리매김 할 때 까지 뒷바라지를 할 것입니다.

 

 
 
 
 2007년. 3월 22일 남원교당 재직시 다문화교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