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三神)과 선가(仙家)사상
구산 장동균
(한국애석문화연구소장. 한수연우회 고문)
백제의 사상과 종교는 고대의 사상과 종교가 그렇듯 하늘과 땅을 비롯하여 산천·초목 등 자연을 숭배하는 자연 신앙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만물에 각각 정해진 영혼이 있다는 애니미즘(animism)과 특정 동물이나 식물을 숭배하는 토테미즘(totemism), 그리고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단골, 즉 무당 중심의 샤머니즘(shamanism)등, 원시 신앙을 바탕으로 백제 사람들은 천지와 산천 그리고 오제(五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몇몇 동식물을 숭배하면서 차츰 삼신(三神)과 선가사상(仙家思想)으로 발전시켰다.
아직도 삼신할머니라는 민간신앙체로 남아 있는 고대의 삼신사상(三神思想)은 천신(天神)·지신(地神)·인신(人神), 즉 환인(桓因)·환웅(桓雄)·단군(檀君)을 골격으로 하여 점점 인신(人神), 즉 단군(檀君)중심의 신선사상(神仙思想)은 중국의 전국(戰國)·후한(後漢)시대에 이르러서는 도가(道家), 즉 도교(道敎)로 계승되어 유교·불교 등과 결합되었으니, 삼신(三神)·선가사상(仙家思想)이야말로 백제의 사상·종교의 뿌리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상·종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삼신(三神)·선가사상(仙家思想)은 말할 것도 없이 자연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사실 삼신·선가사상은 자연 속에서 나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만큼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고조선조(古朝鮮條)에 「단군은 나중에 아사달에 은거하다가 산신(山神)이 되었다」고 하여 「신(神)」또는 「선(仙)」이었던 단군이 대자연의 일부인 산으로 돌아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전남 나주에서 출토된 금동관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동관의 나무 또는 풀꽃무늬도 무속적(巫俗的)인 장식에서 유래했다 하니, 신선이었던 단군의 후예이자 하늘의 아들로 추앙 받았던 백제의 천자(天子)가 쓴 관(冠)도 나무와 풀꽃 등 자연의 무늬로 장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시골 동네마다 오래된 나무가 성황당으로 모셔지고, 여기에 냉수를 떠놓고 삼신 할머니에게 아기를 점지해 달라고 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도 다뤘던 하늘과 땅, 그리고 이름난 산과 큰 강, 그리고 태양·곰·새·용 및 마麻)에 대한 신앙도 따지고 보면 다 삼신·선가의 뿌리 신앙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산신제라든지 지신밟기 같은 민속 의식도 그 근원을 파고들면 대자연과 하나가 된 우리의 삼신(三神)·선가사상(仙家思想)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1) 삼신(三神)
천신(天神)·지신(地神)·인신(人神)또는 환인(桓因)·환웅(桓雄)·단군(檀君)등 삼신(三神)을 숭배하는 이른바 삼신사상(三神思想)은 선가(仙家)·도가(道家)·도교(道敎)의 뿌리로 일찍이 백제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일례로 충남 부여 지방에서 나온 산수(山水) 무늬 벽돌에 삼신산(三神山)이 그려져 있는데,『삼국유사(三國遺事)』 남부여조(南扶餘條)에 보면 삼신산(三神山)은 부여 부근에 있는 일산(日山)· 오산(吳山)· 부산(浮山)으로 삼신이 아침 저녁으로 이 삼산에 날아다녔다고 한다. 백제 사람들은 또 미륵불상에도 삼신산 모양의 관을 씌웠으니, 이로써 삼신사상(三神思想)이 환인(桓因)·환웅(桓雄)·단군(檀君)의 후예인 백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헌 기록으로는 『삼국사기(三國史記)』백제본기(百濟本紀) 근구수왕조(近仇首王條)에 「막고해 장군이 아뢰기를 일찍이 도가의 말에 족한 줄 알면 욕보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되어 있어 백제에 도가사상(道家思想)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도가는 중국의 고대 사상으로 「노자(老子)」·「장자(莊子)」로부터 비롯되었고, 또 도교(道敎)는 중국의 고대 종교로서 후한시대의 오두미교(五斗味敎)로부터 그 의식(儀式)을 갖추었다고 하여 백제가 중국의 고대 사상과 종교인 도가(道家)·도교(道敎)를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
(2) 선가(仙家)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로, 도가와 도교는 우리의 삼신사상(三神思想)과 신선사상(神仙思想)을 토대로 한 선가(仙家)에서부터 발전되었다.그러니까 최초의 도가사상(道家思想)은 우리의 단군이야기 속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데, 원래 단군은 선(仙)이라 불리기도 하고 신(神)이라 불리기도 했다. 선가(仙家)의 책에 따르면 삼신산에는 먹으면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불로초가 있는데, 이 삼신산이 바로 진단(震檀), 즉 오늘의 백두산이었으며, 또 무당을 뜻하는 당굴(단골)의 어원도 단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단군조선에서 부여, 그리고 백제·고구려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볼 때,
『삼국사기(三國史記)』백제본기(百濟本紀) 근구수왕조(近仇首王條)에 막고해 장군의 말로 인용된 도가의 말은 중국의「노자(老子)」·「장자(莊子)」의 사상으로부터 비롯되었다기보다 역시 전통적인 삼신·신선사상에서 나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사대사관에 젖은 우리의 사가(史家)들이 중국의 전국시대와 후한시대의 도가·도교 등을 역수입함으로써 백제 전래의 삼신·선가사상을 무시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역사 해석이라 하겠다. 따라서 오늘날까지도 우리 민중의 가슴에 살아 있는 삼신·신선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백제의 선가사상이야말로 오히려 중국의 도가(道家)·도교(道敎)의 뿌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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