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합시다.
도올 김용옥
EBS 불교란 무엇인가 28강중 제1강 마무리 강의 채록
우리 민족은 지구상의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 유구한 문화 전통을 이어온 매우 우수한 민족입니다. 선사시대로부터 역사시대를 거쳐 오늘의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우기까지 인류사회에 모든 가능성을 구현하였으며 인류사가 지향하는 모든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는 데 게으름이 없었습니다. 부족국가 시대로부터 삼국정립의 시대를 거쳐 통일신라에 이르는 과정만 하더라도 당대 인류문명의 축적된 모든 최정상의 전위적 가치를 만개(滿開)시켰던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제국주의 식민사관을 통하여 20세기 초에 우리민족의 통사(通史)를 최초로 정립시켰고 또 그에 뒤이어 서양의 제국주의적 지배이데올로기의 틀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데 너무 익숙해 있기 때문에 암암리 자신을 과소평가 하거나 비하시키는 매우 고질적인 병폐에 너무 깊숙이 물들여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2002년 월드컵의 승리는 우리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가능성을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참으로 순간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함성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승리는 축구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적 역량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체육도 우리의 창조적 문화의 한 고리로써 이해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세계사의 전위에서 우리의 문화적 실력을 과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적 가치만이 진정한 자본(資本)입니다. 문명은 끊임없이 교류합니다. 문명은 교류 속에서만 동일성을 유지하며 생존을 계속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끊임없이 교류하는 인류문명의 흐름 앞에 가슴을 열고 배타(排他)함이 없이 그 모든 가능성을 수용하였으며 그것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칼 야스퍼스가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일본 국보 제1호 코오류우지의 미륵반가사유상도 한반도의 장인의 손길에 의하여 만들어진 향기 드높은 우리 한국의 예술품입니다.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의 야수에서 탈출한 우리 민족은 불과 50여 년만에 일본의 정치수준을 능가하는 의회민주주의 제도를 확립하였으며 세계열강과 어깨를 겨루는 자본주의를 성숙시켰습니다.
우리 사회는 질서감과 풍요로움, 그리고 근대적 삶의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것은 세계사의 한 기적(奇蹟)입니다. 그러나 기적은 기적일 뿐입니다. 기적의 영화에 가리어 보이지 않는 우리 삶의 배면 곳곳에는 게으름과 타성, 허세와 위선, 부도덕과 타락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 리더십, 도덕성의 빈곤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국민들은 바른 삶,가치의 잣대를 상실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역사는 도약이냐 괴멸이냐 하는 매우 중대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백여 년의 시간을 거쳐 형성된 유교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한 세기를 통하여 유입된 기독교적, 서구적 가치관은 광신과 방종과 이기주의를 조장할 뿐 더 이상 참신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유교든, 불교든, 도교든, 기독교든 기존의 모든 가치관에 집착함이 없이 인간의 모든 가능성에 관하여 활짝 가슴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배타없이 수용할 줄 알아야 하며 나의 신념과 신앙을 선택할지언정 타인의 신념과 신앙을 존중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쥐꼬리만한 지식으로 타인을 비방하기에 앞서 타인의 장점을 배우고 서로를 격려하여 우리 사회의 보편적 선(善)이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 관용과 포용과 인용의 덕성으로 우리 민족의 새로운 도약의 재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은 혼돈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혼돈속에서 좌절함이 없이 항상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실력, 그 한마디 뿐입니다.
실력이란 거짓없는 참된 힘을 말합니다. 그것은 우리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며 우리 삶을 움직이는 힘이며 우리 미래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국민여러분! 저는 평생을 배움에 바쳐왔습니다. 저의 학문이 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우리 사회의 합리적 삶의 기반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개개인이 모두 깨인 마음으로 우뚝 서서 자기 자신의 현주소를 바르게 인식하고 세계사의 대세속에서 자기인식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합니다. 지나간 성현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나의 삶속에서 실천하여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도약이냐? 괴멸이냐? 르네상스냐? 암흑이냐? 우리민족은 참으로 중대한 결단의 시기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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