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선(유교, 불교, 선도)

율곡학파의 학풍을 계승한 호남의 숨은 인물 고용집

고세천 2016. 8. 3. 14:16

특별기고-호남의 숨은 인물, 고용집

2016-08-02 09:48:12

 

서예가 고석교

 

서예가 고석교


난세를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한 절개로 살다 가신 조상들의 족적을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 지역에는 대야면 죽산리 탑동마을에서 태어나 성리학을 익히며 영조에게 당돌하게 상소를 올린 후 선비정신으로 초야에 묻혀 사셨던 죽봉 고용집 선생이 계시다.

그동안 본받을만한 행적을 남기셨음에도 후손으로서 그분의 업적을 알리지 못함을 한탄하며 호남의 숨은 인물로 죽봉 고용집 선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죽봉은 1672년 현종 13년에 태어나 1735년 영조 11년 사망하셨으며, 본관은 제주다.

전북 옥구 입향조 고돈겸의 18세손, 문총공 고경의 14세손이고 문충공파 사직공파의 파시조 고인충의 10세손이며, 선조 조에 무장 현감을 지낸 고몽진의 증손이고 노직으로 통정대부를 받은 고이원의 손자이며, 고필의 장남이시다.

외조는 신경녕이고 처부는 이지양이며, 후처부는 삼척진씨이고 삼처부는 권두강이다.

성품이 훌륭하고 효도에 돈독하며 일찍이 시와 글을 지어 여러 번 사람들을 놀라게 하니 사람들이 신동이라고 하였다.

성장해 숙종 때에 송시열 문하에 계시면서 노론의 입장에서 소론의 유봉휘 이광좌 등이 주장한 세제책봉 및 대리청정의 반대에서부터 신임사화에 이르기까지의 사실을 투고한 상소문을 영조 2년(병오년) 올린 바 있다.

이때 함께 상소한 이들은 이수, 장이, 이방, 윤득정, 이진화, 신정복, 이성시, 김진하, 김국보, 이득명, 한환, 노주관, 이용석, 정유, 맹숙주 등이다.

상소글 중 일부를 살펴보면-전하께서 저 두목들을 용서해 죽임을 허하지 아니하면 저 무리들이 임금님을 모해할 것이니 왕법에 누구누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인데 법을 지킨 자가 옳다고 여겨 불역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부추겨가며 서로 칭찬하면서 흉악한 말을 더욱 늘어놓으니 저 무리 중 다르다고 여긴 자도 뉘우쳐 옛날로 돌아오려 아니하면 이것은 전하에 나라가 반절인 것이고 전하에 도를 배반하는 것이니 주자가 말한 촉나라는 소국인데도 서로 공격을 한다했으니 불행히도 근리한 형상입니다.

전하께서 흉괴들을 애석히 여겨 도리어 반국지인(半國之人: 나라의 반을 차지함)으로 난역의 무리에서 탈퇴하지 못하니 이것은 신 등이 말한 성인의 공통된 의리를 살피지 못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하생략)

이와 같이 임금님에게 당돌하게 상소를 하였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볼 때 어려운 지경에 있었으나 뜻을 같이 하는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시대 500년 중에 가장 안정되고 태평성대를 이룬 것은 호남의 인물 고용집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 후손의 입장이다.

죽봉 선생은 유교로 죽봉집을 남기셨다. 죽봉집에는 209수의 한시, 상소문, 행장 만장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조선 중후기 노소론의 갈등과 대립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후손들은 2007년 연혁지(제주고씨 문충공파 사직공계)를 발간했으며 지금까지 번역하지 못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면서 한문 죽봉집의 국역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죽봉 선생의 면면한 학풍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이 고장의 풍속을 지침해주는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을 주지해 국역작업을 원만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