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불선(유교, 불교, 선도)

선가의 두 집안 온양 정씨, 양천 허씨

고세천 2011. 9. 11. 20:44

정재승의 집안은 선교(仙敎)의 집안이다. 선교의 명문가이다. 유불선 삼교 가운데 집안이 이어져 내려오는 경우는 유가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으니까 집안이 이어져 올 수 있다. 불가는 출가를 해서 자식을 낳지는 않지만 그 대신 제자를 길러서 법맥을 잇는다. 더군다나 사찰과 승가라고 하는 조직을 기반으로 오늘날까지 천 년 넘게 전승되어 왔다. 이렇게 보면 가장 귀한 집안이 선가 집안인데 정재승의 집안은 매우 희귀한 선가의 맥을 이어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벼슬을 하면서 선도를 닦은 집은 두 집을 꼽는다. 바로 온양 정씨와 양천 허씨다. 양천 허씨라면 허균과 허미수 집안을 가리킨다. 허균도 신선에 관심이 많아서 방외지사들과 자주 어울렸다. 전라도 함열 태생으로 선도를 닦아 80대의 나이에도 얼굴빛이 대추빛 같았던 도인 남궁두를 만나 그의 수도 과정에 관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남인의 영수로서 예순 세 살에 비로소 처음 벼슬길에 올랐던 허미수도 해동전도록에 선도인으로 입전되어 있는 수암 박지화의 계보와 이어져 있다. 허미수의 아버지가 박지화 밑에서 공부를 했던 것이다. 박지화는 화담 서경덕의 제자이다. 또한 허미수의 외조부가 그 유명한 임백호이다. 조선의 장자로 비유될 만큼 평생동안 호방하게 전국을 유람한 임백호의 외손자였으니 그 가풍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그런 만큼 허미수는 평생동안 전국의 기인 달사들과 교류하면서 전국의 수백 군데 명승지를 직접 탐사했던 것이다 겉으로는 유학자였지만 내면적으로는 선도인 이었으니까 그런 삶이 가능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