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신리에서 방외(方外)의 일사(逸士)로 살고 있는 정재승. 그는 직업이 없는 사람이다.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으로 세상이 온통 근심 걱정에 쌓여있지만 계룡산의 일사는 처음부터 직업이 없었다. 처자식도 없다. 직업이 없으니 실직의 고통도 없고 퇴직의 무상도 없다. 그 대신 수입도 없다. 특별한 수입도 없고 정기적인 수입도 없다. 수입이 없는데도 아직까지 굶어 죽지 않고 산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몸에서 궁색한 기색이 흐르지 않는다. 수입이 없는데도 몸에 궁기가 배지 않기는 어려운 법. 계룡산 산신령이 보살펴 주는 것인가. 불가의 승려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 있다. ‘흉년이 들어서 세간 사람 천 명이 굶어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그 때 눈 먼 중 하나 굶어 죽는다’ 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만큼 산에서 사는 사람은 굶어 죽기도 힘들다. 먹을 것을 갖다 주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일사는 눈이 커서 상스럽지 않고 서글서글한 인상을 풍긴다. 몸도 커서 대장부라는 느낌을 준다. 180㎝에 90㎏의 우람한 풍채를 지닌 호남형이다. 이만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데도 아직 독신이다.
'유불선(유교, 불교, 선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가의 두 집안 온양 정씨, 양천 허씨 (0) | 2011.09.11 |
---|---|
단군 할아버지가 선교의 시조.. (0) | 2011.09.11 |
계룡산 북쪽 상신리.. 사대 수도처 가운데 하나 (0) | 2011.09.11 |
선교의 맥은 살아있다. - 조용헌 고수기행에서 인용 (0) | 2011.09.11 |
종교적 신념의 해체 (0) | 2011.08.15 |